• 최종편집 2025-01-24(금)
 

[기획] 유럽의 헬스 & 힐링 스파 - 체코


[편집자 주 - 유럽의 헬스 & 힐링 스파 특집으로 체코와 독일 편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최근 글로벌 스파 & 온천 산업은 웰니스를 강조하는 새로운 소비층의 요구에 따라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역의 특성과 글로벌 트렌드를 잘 결합하고 있는 온천 관광 산업의 현장을 돌아 보았다.]


왕의 온천 타운 카를로비 바리 Karlovy Vary

 

20241020_083945.jpg


체코의 서북부 보헤미아 지방에 위치한 유럽 최고의 온천 스파 타운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ry). 수도 프라하에서는 서쪽으로 130킬로 정도 떨어진 유서깊은 온천 도시이다. 


카를로비 바리는 도시(city)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더 큰 행정단위인 지역(region)의 이름이기도 하다. 옛 지명은 독일어로 카를스바트(Karlsbad)였다. 왕의 이름인 카를스(Karls)에 온천이란 뜻의 바트(Bad)가 합쳐졌다. 이후 같은 의미의 체코어인 카를로비 바리로 정착됐다.


도시의 역사는 지명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14세기 중엽 보헤미이 왕 카를 4세가 사슴을 사냥하던 중에 발견해 개발한 곳이다. 왕의 사냥과 온천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설화들이 있어 더 흥미롭다. 사냥 중 상처를 입은 동물이 온천수로 회복되었다는 이야기다. 카를로비 바리에는 두 개의 스토리가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화살을 맞은 사슴이 주인공이고, 다른 하나는 사슴을 쫒던 사냥개가 온천수에 치유되었다는 이야기다. 


스토리가 어떻든 강조점은 온천수의 효능이다. 이 온천수 덕분에 카를로비 바리는 수백년째 최고의 온천 휴양 도시로 명성을 이어 오고 있다. 


카를로비 바리는 왕의 뜻으로 생겨난 오래된 온천 휴양 도시인만큼 고풍스런 건물들과 도로, 아름다운 자연이 잘 아우러져 있다. 관광 명소 중 하나인 전망대에 올라 타운을 내려다보면 자연과 문명이 적당한 비율로 조화를 이룬 아담하고 멋진 휴양 도시임을 알게 된다. 


시내 중심부를 흐르는 테플라 하천(Teplá River) 주위에 휴양 시설들이 개발되어 아기자기한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20241020_083641.jpg

 

카를로비 바리는 16세기-17세기에 대화재와 홍수, 그리고 30년 전쟁의 여파로 도시가 크게 파괴되었으나 19세기 들어 본격적인 재건이 이뤄졌다. 


중세와 근세에 걸쳐 유럽의 유명 인사들이 건강 휴양차 방문했으며, 괴테, 쉴러, 베토벤, 쇼팽, 파가니니, 리스트, 바그너, 프로이드, 투르게네프 등이 이곳을 방문했다. 


도시는 오스트리아-합스부르그 왕조 치하에서 귀족을 위한 고급 휴양지로 관심을 받았고,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그 흔적이 카이저 바트(Kaiser Bad, 황제의 온천)이다. 지금은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카를로비 바리의 명성이 유럽 전역에 확산된 것은 철도의 도움이 컸다. 1870년 경 철도노선이 유럽 주요 도시들과 연결되면서 관광객이 급속히 증가했다. 


온천도시 카를로비 바리는 온천욕 뿐만 아니라 온천수를 직접 마시는 이른바 음용 치유(drinking cure)의 전통으로 유명하다. 이곳 온천수는 위장병이나 기타 질환에 효과가 좋아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약용수로 활용된다고 한다. 

 

20241020_142708.jpg 

 

현재 도시에는 13개의 샘, 즉 콜로네이드(Colonnade, 콜로나다로 불리기도 한다)가 곳곳에 설치되어 운영 중이며, 각각의 샘은 온도(43도~72도)와 탄산가스 함유량이 다양하다. 주민이든 여행객이든 도시 곳곳에 있는 콜로네이드에서 24시간 온천수를 마실 수 있다. 


이 때는 도자기로 만든 음용컵을 이용한다. 가는 관 같은 구조가 장착된 도자기 컵은 뜨거운 온천수를 식혀주는 효과와 치아에 불필요한 미네랄이 흡착하는 것은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관광상품으로는 도자기로 만든 음용컵, 온천수로 만든 생수(2개 브랜드), 화장품(핸드크림, 미스트 등), 입욕소금 등이 판매되고 있다. 또 온천수에 허브약재를 섞어 제조한  베헤로브카(Becherovka)라는 술과 웨하스 과자인 오플라트가(Oplatka)가 관광 특산물로 인기가 있다. 

 

20241020_090022.jpg

 

 

6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도시 카를로비 바리는 최근 새로운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자체와 전문 연구기관이 변화와 역동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20세기 초까지 유럽 최고의 온천도시 중 하나로 황금기를 누렸던 이 도시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관광객이 줄어들고, 이어 40년에 걸친 사회주의 시대에 국내 수요에만 의존하는 형태로 명맥을 유지해 왔다. 


카를로비 바리의 온천산업은 1989년 벨벳 혁명 이후 시장 경제로 전환되면서 재편되기 시작했다. 외국 관광객을 다시 유치하기 위한 노력으로 다양한 투자와 현대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독일, 러시아,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방문객이 증가했고,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의료 관광의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


고급 호텔과 병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사보이 웨스트엔드(Savoy Westend) 스파 호텔 같은 곳은 온천수와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활용한 통합적인 의료와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내분비 및 소화기 질환, 관절염, 신경통 치료 등에 특화된 온천 치료로 잘 알려져 있다.

 

hotel_gallery_tmb_541_1.jpg


202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카를로비 바리는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영화 007 시리즈 촬영지(제임스본드 카지노로얄)로도 알려진 카를로비 바리는 국제 영화제 이벤트로 매년 수천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을 강조하고 환경친화적인 프로그램들을 산업에 접목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이 지역 출신이면서 부친에 이어 대를 이어 지질 및 온천 연구 및 관리자로 이곳 온천들을 지키고 있는 토마스 빌리타(Tomas Vylita) 박사는 "도시 경제의 핵심 자원인 온천을 관리하고 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숨은 노력들이 투입되고 있다"고 소개하고 "전통을 지키면서 동시에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과업"이라고 말했다. 


작고 조용한 전통 온천 도시 카를로비 바리. 그러나 그 조용함의 이면에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온천수처럼 뜨거운 변화의 역동이 꿈틀거리고 있다.

 

20241021_161200.jpg

 

태그

BEST 뉴스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기획] 유럽의 헬스 & 힐링 스파 - 체코 (1) 왕의 온천 타운 카를로비 바리 Karlovy Vary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